문화재구역 입장료 이것이 팩트다 ④ 문화유산정책, 개선 시급

문화재구역 입장료 갈등은 문화유산 '소유자'가 직접 관리 또는 보전하도록 한 현행 문화유산 정책이 개선되지 않으면 해답을 찾기 어렵다.  조계종 19교구본사 화엄사(주지 덕문스님)와 교구말사 천은사(주지 종효스님)는 지난 4월29일 관계기관과의 합의를 통해 ‘입장료 폐지’라는 결론을 도출한 바 있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정부, 사찰, 단체…입장차 계속
입장료‧매표소 문제 논의 앞서
‘성보=우리 문화재’ 인식 필요

문화재구역 입장료 해법을 수십년째 찾지 못하고 있는 데는 불교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정부와 사찰 간 인식의 괴리에 있다. 사찰은 단순히 스님들 생존 공간으로서 기능할 뿐만 아니라 수행과 포교 공간으로서 종교적 가치를 지니고 자연생태와 수천년을 공존해옴으로써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기능을 해왔다. 사찰이 먼저 나서 공원을 정비하고 숲을 지켜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사찰을 건축, 토지 등 물질적 개념 또는 규제 대상으로 접근해왔다.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단순히 입장료 폐지, 위치와 금액 등에 천착해 접근할 것만은 아니란 말이다. 사찰, 불교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정부와 국민들 근본적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운신의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우리 문화유산을 보존, 전승하기 위한 일관된 정책과 인식, 올바른 이해가 있어야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

대책 없이 추진된 정책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는 정부와 사찰이 원칙적으로 합의한 사안이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2005년 11월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국립공원은 국민 모두가 이용하는 공간”이라며 “출입할 때 입장료를 받는 문제는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히며 기본적으로는 폐지에 동의한다는 불교계 입장을 전했다. 

이에 환경부 장관,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등도 총무원을 찾아 ‘입장료 폐지’에 동의하는 뜻을 비췄다. 관련 당사자들 모두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에 대해서는 기본적 합의를 이룬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합의가 충분한 논의와 보완, 대책 없이 추진된 데 있었다. 2006년 정부 여당은 당정협의로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결정을 내렸다. 종단은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로 야기될 사찰 문화재구역 입장료에 대한 혼란, 수입 감소와 더불어 불거질 각종 억측과 오해 등을 우려하며 폐지 이전에 정부가 대책과 정책 대안을 마련해주길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같은 결정에 정부부처였던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환경부 실무자들 또한 “폐지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대안에 대해서는 보다 세밀하게 연구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시민단체도 ‘입장료 폐지’ 이전에 ‘징수 개선방안 논의’가 선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이용객 증가와 단체탐방으로 인한 공원의 훼손 가능성을 우려하며 ‘돈’ 중심이 아니라 ‘보전’을 위한 적극적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공원별 생태수용력에 근거한 탐방예약제 도입, 순찰기능과 교육홍보프로그램 강화, 시설사용료 차등화 등이 전제되어야 함을 주장한 것이다. 

대책이 먼저 마련되고 폐지가 논의됐어야 하는데 순서가 뒤바뀌면서 폐지 결정을 내린 여당을 제외한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 문화재청, 사찰, 시민단체 등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 속 입장차는 좁히지 못했다. 

대안은 정말 없었나?

불교계를 향한 비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문화재구역 입장료 문제는 애초부터 문제가 많았다. 종단은 “정부가 충분한 보완과 대책 없이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해 혼란을 일으켰으며 그 혼란의 원인이 마치 사찰에 있는 것처럼 책임을 전가했다”며 “문화재구역 입장료는 단순히 매표소를 옮기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소유자에게 책임을 떠넘긴 국가정책이 우선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문화재청 등 관계 기관이 당장의 문화재구역 입장료와 관련된 민원 해결에 매달릴 뿐 근본적 해결책은 찾지 않고 소극적으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나온 대안들은 있었다.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는 국립공원 내 사찰 토지에 대해 정부가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것, 매표소 위치 이전으로 줄어드는 입장료 수익을 국가가 일부 지원하는 것, 국립공원 내 입장료 징수 사찰에 대해서는 입장료를 폐지하고 관련법을 제정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법들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문화재 인식 개선이 첫걸음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문화재구역 입장료와 관련 ‘국민적 합의’가 먼저라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국립공원은 이미 ‘국민의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상황에서 정부가 애초에 ‘이용자 부담 원칙’을 내세웠던 것이 무리였다는 것. 

유기준 전 한국환경생태학회장은 “국립공원에는 사찰 개인 소유 토지가 포함돼 있지만 ‘사유지’라기 보다 ‘국민의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밀접히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이 많아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겠지만 이제라도 정부는 사찰이 사유 재산이 아니라 문화자원적, 자연생태적 가치를 보존하려 노력해왔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찰 또한 이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이 적용하고 있는 생태계 서비스 개념에서 문화서비스, 즉 문화경관으로서의 부분에 초점을 맞춰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이를 현실적 대책 마련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공원 내 자리한 천년고찰은 물론 도립, 군립공원 등과 어우러진 사찰은 자연환경으로 보존 가치가 뛰어나며 후손에게 물려줘야할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인식에서부터 논의의 첫걸음을 시작해야 한다는 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공학과 교수는 “정부 또한 불교문화재를 보전하는 데 있어 책임져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며 “사찰도 입장료를 받더라도 투명성을 확보하고 수입에 의존하려고 하기보다 경제적 자립 구조를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든 사찰이든 “불교문화재를 ‘우리문화재’로 인식하고 보호하는 데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국민 마음에서 저절로 우러나도록 하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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