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출가, 양인가 질인가

<上> 절을 지킬 스님이 없다
<中> ‘스님다운 스님’이 먼저 아닌가?
<下> ‘양과 질’ 둘 다 잡을 순 없나?

 

생계에 대한 불안...수직적 조직문화 부담
출가 결단 가로막는 결정적 걸림돌
승려복지 정착 초심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 이뤄져야

종단 1스님 1소임 부여로 책임감 애종심 강화도
‘스님다운 스님들’이 스님다운 스님‘을 만든다

교단에도 ‘마케팅’이 필요하다. 출가자를 확보하고 싶다면, 출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욕구부터 읽어야 한다. 조계종 교육원이 운영하는 출가 사이트에는 출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스님 월급은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헬조선’에서 허덕이는 젊은이들에게 최우선의 가치는 이미 생존이다. 종교인의 삶마저 철저하게 생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 하나의 사회적 화두인 ‘갑질’과 불공정에 대한 비판도 보인다. “미국에 가서 석사까지 받고 온 42세 남성인데 고졸 출신과 똑같이 4년 동안 승가대를 다녀야 하나요?” “행자가 되면 설거지하고 화장실 청소하고, 훈련병 때 하던 거 비슷하게 해야 한다는데, 시대착오적인 것 아닙니까?”

실제로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행자 생활 실태 파악과 개선연구를 위한 설문’에 따르면 행자 81명 중 교육 기간 내 ‘중도 포기를 고민한 적 있다’고 답한 비율은 84%에 달했다. 응답자 가운데 57%가 강압적 분위기를 이유로 꼽았다. 막상 더욱 보람찬 인생을 위해 출가를 꿈꾸면서도, ‘생계에 대한 불안’과 ‘수직적 서열문화에 대한 불만’으로 결단을 망설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문제를 해소하는 노력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어느 세대보다 합리와 실용을 추구하는 청년들이다. 그래서 절집에 들어오면 그래도 “먹고는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도 직접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조계종 제16교구본사 고운사 주지 호성스님은 “자기 자신의 행복, 현재의 즐거움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스님’이라는 직업은 결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며 “명상지도사 자격증 취득 지원하고 새벽예불 시간을 오전3시에서 4시로 늦추며 출가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종단 차원의 승려복지제도의 정착도 중요하다.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며 스님으로서 책임을 다 한다면, 종단이 스님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 하겠다’는 기조는 비단 노스님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승려복지회장 정우스님(총무원 총무부장)은 “35대 집행부가 승려복지를 최우선 종책과제로 선정한 까닭은 그것이 안정적인 승가공동체를 구현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기 때문”라고 말했다.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개선하는 일도 과제다. 초심자 때부터 ‘행자 반장’으로 대변되는 혹독한 위계질서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혹자들은 군대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고 푸념한다. 출가지도상담사로 활동했던 어느 스님은 “‘요즘 애들은 인내심이 없다’고 탓하기보다 깨달음을 구하겠다는 ‘장한’ 사람들을 합리적 방식으로 지도하고 존중과 배려로 대한다면 그들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물론 종단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선 ‘생계형’ 출가자가 아닌 ‘발심형’ 출가자를 발굴해 집중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4교구본사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은 ‘롤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념스님은 “출가수행자를 보면서 ‘나도 저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동기부여를 끌어내야 한다”며 “훌륭한 스님에 대한 선망이 출가에 대한 동경으로 이어지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스님다운 스님들’이 ‘스님다운 스님’을 길러낸다는 것이다. 수행가풍과 승풍 진작이 그저 관념적인 구호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주요 소임자 스님들일수록 봉사와 희생이라는 공적인 책임의식을 강조한다. ‘나는 깨닫기 위해서 오직 선방만 다닌다’는 말이 결코 자랑이어선 안 된다는 일침이다. “숫자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스님들 각자에게 소임을 무조건 부여해 그에 맞는 의무를 다하도록 해야만 종단이 유지될 것”이란 목소리가 많다. 계층포교의 활성화 역시 궁극적으로는 승단을 위한 농사다. 포교원 포교연구실장 원철스님은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성년 등 인생의 각 단계에서 불교에 대한 애정과 확신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종단은 출가자 감소와 관련해 사실상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기본은 '스님다운 스님들'이 '스님다운 스님'을 길러낸다는 사실이다. 또한 세간과 출세간은 둘이 아니다. 우리 시대 청춘들에게, 밥벌이와 미래에 대한 걱정만큼이나 큰 것이 ‘사회정의’에 대한 목마름이다. 궁극적으로 이상의 실현을 위해 현재의 불편을 감수하는 게 인간의 고귀한 본성이다. 세랍이 30대인 어느 교구본사 교무국장 스님의 말은 그래서 정곡을 찌른다.

“젊은 출가자들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큰 사찰과 높은 스님만 찾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생각이 그렇게 얕지 않다. 휴일도 없이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일상의 반복이 힘든 건 맞다. 하지만 ‘성철스님’ 같은 분을 보고 출가한 사람들은 끝까지 버틴다. 고된 행자생활, 아랫사람에 대한 비합리적 처우, 전근대적인 시스템 등이 본질은 아니다. ‘사회나 여기나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그때 정말로 실망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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